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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되기 vs 야행성 최적화 – 나에게 맞는 루틴 찾기 실험

by lalab 2025. 6. 12.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5시에 일어나야 인생이 바뀐다.”… 정말 그럴까요? 저도 그런 말에 혹해 새벽 기상을 시도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야행성으로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어요. 아침형이든 야행성이든 중요한 건 ‘리듬’이라는 전제 하에, 두 가지 루틴을 실험하고 비교해본 결과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아침형 인간 도전기: 일찍 일어나면 정말 인생이 바뀔까?

많은 자기계발 서적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말이 있다. "일찍 일어나라. 하루를 지배하라." 실제로 "5AM 클럽"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성공한 기업가들 상당수가 새벽 기상을 실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나 역시 그런 기대를 안고 아침형 인간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루를 길게 쓰고, 집중력 있는 시간에 중요한 일을 먼저 해내고, 여유 있게 아침을 시작한다면, 내 삶도 뭔가 더 나아질 것만 같았다.

도전은 단순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 기상 후 30분 동안 물 마시기, 스트레칭, 명상. 그 후 1시간 동안은 딥워크(집중 업무 또는 글쓰기), 그리고 간단한 아침식사. 이 루틴을 4주간 유지하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첫 주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평소 1시쯤 잠드는 야행성 성향이 강한 나에게 갑자기 5시 30분 기상은 생체 리듬을 강제로 찢는 느낌이었다. 낮잠 없이는 하루를 견딜 수 없었고, 두통과 피로감이 쌓여만 갔다. 무언가를 성취했다기보단 "겨우 깨어있다"는 것만으로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나 둘째 주가 되자 조금 변화가 생겼다. 저녁 시간을 자연스럽게 줄이고, 밤 10시 전에 잠들기 시작하면서 몸이 그 루틴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새벽의 고요함, 스마트폰 알림 없는 시간, 해가 뜨는 그 장면을 보며 하루를 준비하는 느낌은 분명 신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 이제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착각했다.

문제는 셋째 주부터 다시 나타났다. 하루 이틀이라도 일정이 늦어지거나 회식이 생기면 다음날 기상 시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한 번 리듬이 흐트러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주말에는 당연히 늦잠을 자게 되었고, 결국 월요일 아침에는 처음 도전하던 첫 주보다 더 피곤한 상태로 출근해야 했다. 루틴은 유지하는 것이 아닌 "복구"가 되어버렸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4주간의 실험이 끝나고 돌아보니, 나는 단순히 시간표를 앞당긴 것이지, 삶이 나아졌다는 확신은 없었다. 오히려 수면 부족이 누적되어 낮의 효율은 줄었고, 아침 시간에 한 일이 크게 인상 깊지도 않았다. 물론 새벽의 고요함과 짧게나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좋았지만, 나의 자연스러운 리듬과 맞지 않는 이 루틴은 장기적으로는 유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 실험은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모두에게 아침형 루틴이 맞는 건 아니다." 남이 좋다고 해서, 책에서 좋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루틴은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최적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 4주의 피로한 아침들이 가르쳐주었다.

 

야행성 루틴 최적화: 늦게 자는 삶에도 규칙은 존재할 수 있을까?

아침형 인간 도전기가 끝난 뒤, 나는 잠시 루틴 자체를 포기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며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냈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반복되는 피곤함과 무계획한 하루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실험으로 "야행성 루틴 최적화"에 도전하게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억지로 리듬을 바꾸는 대신, 내 자연스러운 수면/활동 리듬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최대한 규칙적으로 다듬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나의 생체 리듬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스마트워치와 수면 추적 앱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잠드는 시간, 집중력 높은 시간,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대를 기록했다. 약 2주간의 관찰 끝에, 나는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집중력이 높고 창의적인 활동이 잘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글쓰기, 기획 아이디어 구상, 영상 편집 등 집중이 필요한 작업은 이 시간에 가장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야행성에 맞춘 루틴"을 수립했다. 오후 1시 기상 → 낮 2시 운동 → 저녁 7시 간단한 업무 → 밤 11시~2시 집중 타임 → 새벽 3시 수면이라는 패턴을 4주간 유지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무작정 늦게 자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집중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즉, 자유롭게 늦게 자더라도 '리듬'은 유지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전보다 덜 피곤했고, 스트레스도 줄었다. 내가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배치함으로써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억지로 기상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고통스럽게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아침형 루틴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은 생체 리듬의 문제였지,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 루틴에도 단점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활동 시간이 달라지면서 약속, 회의, 협업에 제약이 생겼다. 특히 오전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수면 패턴을 일시적으로 바꿔야 했고, 이때는 다시 피로가 누적되곤 했다. 하지만 프리랜서이거나 유연근무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충분히 지속 가능하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는 루틴임을 체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야행성은 게으름이 아니다'라는 걸 직접 체험하며 느꼈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야행성 루틴도 충분히 건강하고 규칙적인 삶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오히려 나의 생산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나만의 루틴 찾기: 시간보다 중요한 건 ‘리듬’이다.

두 번의 루틴 실험을 거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었다. "루틴은 시계가 아닌 리듬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 = 부지런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그 공식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침형 인간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며, 야행성이라고 해서 나태하거나 게으르다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나는 이 실험을 통해 세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나만의 루틴을 설계하게 되었다.

첫째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하루 중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 피로를 느끼는 시간대, 창의성이 발현되는 시간대를 기록하고, 거기에 중요한 업무를 배치했다. 아침이든 밤이든, 그 타이밍이 내게 맞으면 되는 것이다.

둘째는 라이프스타일과의 조화다. 아무리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간과 어긋나면 협업이 힘들다. 그래서 협업 일정은 가능한 한 낮 시간에 배치하고, 혼자 몰입이 필요한 작업은 밤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일정을 재구성했다.

셋째는 마인드셋과 심리적 유연성이다. 루틴은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도구여야 한다. 루틴을 깼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유연하게 조정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더 건강한 루틴 유지 방식이다. 나 역시 가끔 아침 일정이 생기면 루틴을 바꾸지만,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루틴은 외부의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내부 리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루틴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리듬을 최적화하는 작은 실험들이 반복되며, 진짜 나에게 맞는 삶의 패턴이 완성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는 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까’라며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다. 당신의 리듬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시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나만의 루틴은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