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 잠들기 전까지 유튜브

by lalab 2025. 6. 26.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 잠들기 전까지 유튜브. 당연하듯 시작된 하루 속 ‘아침 SNS’라는 루틴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30일 동안, 아침에 SNS를 하지 않기로.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 잠들기 전까지 유튜브

 

당연한 루틴이 사라진 첫 3일, 뇌의 금단현상

30일 챌린지를 시작한 첫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허전함’이었다. 알람을 끄자마자 습관처럼 손이 인스타그램 앱으로 향했고, 그 순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 단순한 금지 하나가 아침을 이렇게 낯설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전까지는 잠에서 깬 직후 스마트폰으로 SNS 피드를 넘기며 현실 감각을 깨우고 있었다. 그게 습관이자 루틴이었고, 심지어 하루를 시작하는 동기부여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SNS 없는 아침을 맞이하자마자 깨달았다. 나는 정보가 아니라 자극에 반응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는 걸. 첫 3일 동안 가장 괴로웠던 건 ‘머릿속의 환청’이었다. 분명 알림이 오지 않았는데도, 왠지 지금 누군가 나를 태그했을 것 같고, 누군가 내 스토리를 봤을 것 같고, 놓치고 있는 뭔가가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 불안은 곧 조급함이 되었고,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조차 ‘내가 SNS에 얼마나 중독되어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몸보다 뇌가 먼저 금단현상을 겪는다는 건, SNS가 나의 인지 시스템을 점령하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그 깨달음은 조금 무서웠고, 그래서 더 이 실험을 계속해 보기로 했다.

 

하루가 달라졌다 내 감정을 가장 먼저 만나는 아침

4일차부터 조금씩 아침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눈을 뜨자마자 남의 일상, 뉴스, 트렌드 속으로 곧장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겼다. “오늘 기분은 어떤가?”, “피곤한가?”,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아침을 맞이하자, 그동안 얼마나 내 감정을 무시하고 하루를 시작했는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빨려들지 않음’의 평온함이 컸다. SNS는 특성상 ‘자극 → 비교 → 감정 반응’의 사이클이 빠르고, 우리는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휩쓸린다. 아침부터 남들의 성공, 외모, 여행, 루틴을 보며 시작하는 하루는 무의식 중에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 감정을 걷어내니, 처음으로 ‘내 페이스로 하루를 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SNS 없는 아침은 차분했다. 책을 읽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물을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것들이 엄청난 자기계발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극 없이 존재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시간이었다. 그건 생각보다 깊은 안정감을 줬고, 하루의 다른 시간대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업무 시작 전 감정이 훨씬 덜 흔들렸다. SNS 피드 속 세상은 멀리 있고, 지금 이 순간 나의 업무와 나의 집중만 남아 있는 아침. 그 시간은 내가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불편했지만, 얻은 건 확실했다.  챌린지 이후의 변화

30일이 지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거 다시 할래요?”였다. 정답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꼭 유지하고 싶다’였다. SNS 없는 아침은 결코 편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분명한 변화를 남겼다. 먼저, 감정 기복이 줄었다. SNS를 보는 순간부터 비교가 시작되고, 비교는 곧 자기 의심으로 이어진다. 그걸 차단했을 뿐인데, 하루의 감정이 덜 요동치고 훨씬 단단해졌다. 또 하나는 시간의 질이다. 같은 30분이 훨씬 길게 느껴졌고, 정신적으로는 2배 이상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요즘 뭐 하고 사냐’는 질문에 답할 소재가 줄었고, 온라인 소식에 둔감해져 정보 흐름에서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나 자신의 중심감각이었다. 그 중심이 무너지면 어떤 정보도, 어떤 콘텐츠도 나를 채워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30일 후, 나는 아침 시간에 SNS 앱을 첫 화면에서 치웠다. 일부러 ‘접근성’을 낮춰두고, 핸드폰을 들기 전 종이 다이어리를 먼저 보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 하루의 ‘출발점’만큼은 의식적으로 선택하자는 다짐이 남았다.


아침의 30분, 1시간이 달라지면 삶 전체의 결이 달라진다. SNS 없는 아침은 처음엔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을 통과하며 나다움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하루의 시작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이 결국 인생의 방향이 된다.